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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공무원은 철밥통인가’

기사입력 2021.03.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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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규 학 기자


    공무원은 상전(上典)인가. 그렇지 않다. 공무원은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의 공복(公僕)으로 불린다. 과연 공무원(公務員)이란 직업은 ‘철밥통’일까?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본연의 마음으로 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듯 주민 위에 올라앉아 거들먹거리는 일부의 공무원들 때문에 ‘철밥통’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다.

     

    ‘철밥통’이란 ‘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부정부패 억제, 행정 안정성 유지 차원에서 생겨난 말’이지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때만 되면 꼬박꼬박 봉급이 나오는 직업’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물론 그만큼 공무원들이 제대로 된 근무를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근거로 하고 있긴 하지만.-

     

    물론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희생과 봉사의 마음으로 근무한다. 국가 위기에 목숨을 걸고 전투에 참여하는 군인들과 치안유지를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는 경찰공무원들, 그리고 재난과 재해현장에서 자신의 안위를 내던지고 본분을 수행하는 소방공무원들과 코로나 사태를 맞아 누구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위험지역(?)에 당당하게 투신, 환자의 안위를 책임지는 의료진들을 지켜볼 때마다 상처내기성 모함임을 알면서도 일시적인 모함성 말로만 치부하기도 석연찮다.

     

    사실 막노동꾼이나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과는 달리 공무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본연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나마 5급 이상의 고급 공무원들은 보는 눈이라도 많기에 제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려 하지만, 실무에 직접 종사하는 6급 이하의 하급 공무원들은 외부에서 보는 눈도 많지 않기 때문에 처우가 좋지 않으면 업무에 충실하지 않고 외부로 겉돈다거나 유혹에 쉽게 빠지고, 괜히 자신의 직위를 빌어 으스대려고 한다거나 주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그릇된 생각을 가질 수가 있다.

     

    어차피 조직의 특성상 상급기관의 각종 지시를 수명해야 하는 공직자의 입장에서 보면 힘이 들거나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굳이 찾아서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괜히 앞서 나가다 보면 주변 동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고, 또 눈에 뻔히 보이는 불편을 스스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냥저냥 눈치를 보며 무사안일을 택하는 것이 속 편할지도 모른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똑같은 것도 아니다. 중앙공무원은 그들 나름대로의 자긍심을 내세워 자신의 우월감을 내세우고 있고, 지방공무원은 중앙공무원들에 비해 다소 기세가 처진다는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스스로의 부풀려진 자긍심에 빠져 상호 간 불신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시험의 관문을 통과한 공무원들과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올라와서 현직에 이른 공무원들 간에도 깊은 갈등의 골이 파여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행정직과 지도직, 기능직과 무기관리직, 기간제 근로자와 일용직 등 다자(多者) 간에 얽히고설킨 갈등의 골이 조직의 발전과 업무성과 달성에 제한요소로 작용되고 있음도 분명한 사실이다.

     

    흔히들 공무원을 꽃이라고 말한다. 꽃은 필 때도 꽃이요 질 때도 꽃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농작물이 자라는 곳이 전답이라면 풀이 자라는 곳은 풀밭이요 꽃이 자라는 곳은 꽃밭이다.

     

    꽃으로 불리는 공무원은 누구나 꽃밭에서 근무하지만 현직에 종사하면 꽃이요, 퇴직을 앞두면 단풍, 이미 은퇴했다면 낙엽이다. 같은 꽃밭의 공무원이라도 누구나 남보다 일찍 승진하고 싶어 하고, 더 좋은 여건에서 근무하고 싶은 욕망을 꿈꾼다.

     

    그러기에 겉으로는 서로 잔잔한 듯해도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는 폭풍전야의 바다처럼 치열하다. 하지만 먼저 핀 꽃은 먼저 질 것이요, 늦게 핀 꽃은 늦게 지는 법…, 언젠가 낙엽으로 만날 운명이라면 굳이 햇볕에 맨살을 드러낸 채 서로 으르렁 거릴 것까지야 없으련만 자기 성취를 위한 지나친 욕망이 절제의 마음을 덮어버린다. 남보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빨리 승진하고 싶고, 더 높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일종의 소유욕이나 명예욕이라고나 할까.

     

    어차피 ‘조금 일찍’이거나 ‘조금 늦게’의 차이일 뿐, 은퇴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 아무리 넓은 땅을 가졌더라도 죽으면 한 평도 못 되는 땅에 누울 것이요, 아무리 가진 게 많다고 한들 하루 세끼면 족할 터, 백 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생, 아등바등하지 말고 베풀 수 있을 때 맘껏 베풀고 도움 줄 수 있을 때 도와주고 앞자리엔 나보다는 친구를, 뒷자리엔 친구보다는 내가 설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동행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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